산중턱 폭포처럼 흐른 세월,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산중턱 폭포처럼 흐른 세월,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사무실 너머 산중턱에 희미하게 물줄기 하나가 내려옵니다. 맑은 날엔 보이지 않던 그 폭포는, 비가 온 뒤에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주 볼 수 없는 풍경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오랜만에 떠오른 기억처럼, 혹은 잊고 지냈던 누군가의 안부처럼 말이지요.
어느덧 오월입니다. 겨울의 잔상이 남아있던 산은 이제 완연한 신록의 계절로 바뀌었습니다. 갈색의 흔적은 자취를 감추고, 눈을 시리게 할 만큼 푸르름이 가득합니다. 이 초록빛의 계절은 자연스럽게 나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의 결들이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울립니다. 정년을 몇 걸음 앞에 둔 내 마음은, 이 계절과 햇살과 폭포를 마주하며 괜히 시인이 된 듯합니다.
오늘은 금요일이자, 스승님을 모시는 날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마음이 묘한 떨림으로 채워지곤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을 모시고 식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어느새 20년을 해를 거르지 않고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였습니다.
세월이 무심히도 흘러 이제는 내 머리에도 희끗한 것이 섞였건만,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늘 학생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 나이 드는 줄은 모르고, 매년 마주하는 선생님의 조금 더 깊어진 주름진 얼굴에서만 세월을 읽습니다.
말씀은 여전히 따뜻하고, 미소는 여전하십니다. 다만 식사 자리에서 숟가락을 드는 동작이 예전보다 조금 느려졌고, 가끔은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시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선생님의 그 시간들이 나를 만들어준 덕분이겠지요.
“늘 와줘서 고맙다.”
선생님의 이 한마디가 1년을 버티게 해준다는 걸, 선생님은 아실까요.
폭포처럼 흘러가버린 시간, 그 물살 위로 내 삶의 무늬들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삶은 결국 배움이고, 배움은 스승에게서 비롯됩니다.
내가 다시 이 계절을 맞고,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어쩌면 그 폭포처럼 조용히 흘러온 스승의 은혜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스승님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네이버 카페를 개설하여 연동중입니다.
https://cafe.naver.com/chaeum1004/8
산중턱 폭포처럼 흐른 세월,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산중턱 폭포처럼 흐른 세월,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사무실 너머 산중턱에 희미하게 물줄기 하나가 내려옵니다. 맑은 날엔 보이지 않던 그 폭포는, 비...
ca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