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야기

조그마한 땅, 커다란 위로

chaeum 2025. 5.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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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땅, 커다란 위로..

2025년 어느 토요일 오후,
도시는 여전히 바쁘고 복잡했다.
출근길에 뒤엉킨 생각과 사람들, 어깨에 쌓인 말 못 할 걱정들…
그런 것들이 한겹씩 켜켜이 쌓여 정신이 어지러웠던 날.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그 조그마한 텃밭으로 향했다.
도시의 8차선 대로변옆, 풀냄새 묻은 흙길을 걷다 보면
언제나처럼 묵직한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진다.

와이프와 나란히 서서 마른 흙을 갈아엎고,
조심스럽게 새싹을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건 너무 빨리 컸네",
"저건 물이 좀 부족했던가 봐",
그런 말들 속에 사실은,
우리 인생 이야기도 섞여 있다.

직장에서 겪은 서운함도,
아이들 걱정도,
노후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도
흙 속에 조금씩 파묻힌다.

이 텃밭은 작지만,
마치 도심 속 명상의 방처럼
우리 둘의 마음을 씻어주는 정신수양의 터전이다.
말없이 자라나는 고추 한 포기,
조용히 꽃을 피운 상추 한 줄기…
그 속에서 나는 위로를 받는다.

특히 작은 새싹이 흙을 뚫고 나올 때,
그 조용한 생명의 소식을 보며 나는 알게 된다.
아직 삶은 살아볼 만하다고.
가족도, 사랑도, 희망도
언제든 다시 싹틀 수 있다고.

와이프와 함께 웃으며 고랑을 걷는 이 순간,
비록 우리는 ‘주말농부’에 불과하지만
이 텃밭이라는 작은 세상에서는
우리도 마음의 ‘농장주인’이 된다.

이곳은 때로 ‘상담소’가 되고,
때로는 ‘회복의 집’이 되며,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사랑을 키우는 따뜻한 밭이 된다.

이 텃밭 안에서 우리는,
다시 사랑하고, 다시 기대고, 다시 살아간다.


"조그마한 새싹 하나가, 우리를 다시 웃게 한다.
흙 속에서 자라는 건 채소뿐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평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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