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야기

인생의 오후에 피는 꽃

chaeum 2025. 4. 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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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 피는 꽃

정년 이후, 비로소 시작된 나만의 삶을 기록합니다.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찾아가는 조용한 여정을 함께해요.

 

🕰️   정년, 인생의 오후에 찾아온 조용한 인사

 

봄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달력을 바라봤습니다.

오랜 세월을 채우며 달려온 시간의 끝자락에 작게 적힌 두 글자  ‘정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마치 누군가 조용히 어깨를 다독이며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회사라는 작은 세상 안에서 쉼 없이 걸어왔던 시간들.

매일 아침 조금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정류장으로 향하던 날들.

젊은 날의 야근과 보고서, 상사의 꾸중, 때로는 후배의 고마운 한마디,

그리고 끝내는 스스로도 모르게 익숙해져버린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짐.

그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손끝에서 흩어질 거란 사실이, 조금은 믿기지 않았습니다.

정년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르게 '끝'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무대의 커튼이 천천히 내려오는 것처럼. 하지만 저는 이제 와서야 깨닫습니다.

이것은 끝이 아닌, 인생의 '오후'를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라는 걸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오래 일만 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자녀 뒷바라지, 대출 갚기, 미래를 위한 준비. 그렇게 바쁘게만 살다 보니,

정작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볼 겨를조차 없었죠.

그런데 이제야 조금씩 들립니다.

"나도 나를 위해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조용한 울림이요.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지나온 이들에게 자주 묻습니다.

"이제 뭐 하실 거예요?" 대부분은 잠시 웃으며 말합니다.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 그 말 속에는 두려움도, 설렘도, 그리고 어쩌면 잃어버렸던

자유에 대한 낯선 감정도 함께 묻어나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정년 이후의 삶이 꼭 공허하거나 외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요.

오히려 인생이라는 긴 영화 속, 후반부에 찾아온 따뜻한 장면처럼,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시간이 펼쳐질 것이라고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해볼 수 있고, 오랜 친구와 커피 한 잔을 나눌 수 있고,

어릴 적 놓쳤던 꿈을 다시 꺼내볼 수도 있는 그런 시간.

정년은 누군가에겐 멈춤이지만,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입니다.

저는 후자이고 싶습니다. 이제는 타인의 기대가 아닌, 나의 속도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조용히 아침 햇살을 맞으며 느긋하게 자전거를 타고,

운동 후에 사우나에서 땀을 빼며 오늘 하루를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그런 삶.

그리고 언젠가 손자에게 말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말이야, 정말 오래 일했어.

근데 정년이 오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삶이 시작됐단다."

오늘도 저는 그렇게, 인생의 오후를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지나온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따뜻한 위로가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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