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버텼다는 것, 그 안에 담긴 가치
버틴다.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날과 밤,
침묵과 인내, 쓴웃음과 땀이 들어 있다.
나는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35년을 버텼다.
‘경력 35년’이라는 말은 이력서에선 한 줄이면 충분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수천 개의 회의, 수만 통의 이메일,
그리고 수없이 다짐한 오늘 하루가 있다.
처음 입사했을 땐 몰랐다.
‘버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조직이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나도 변했다.
버틴다는 건, 단지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일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는 용기,
부당한 현실 앞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끈기,
그리고 다시 내일을 준비하는 책임감이었다.
버틴다는 것은
매 순간 ‘도망치지 않기로 한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었다.
회사 안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승진의 기쁨도 있었고,
예고 없이 찾아온 구조조정의 공포도 있었다.
어떤 날은 칭찬을 받았고,
어떤 날은 회의실에서 억울하게 혼이 났다.
그래도 나는 출근을 포기하지 않았다.
버틴다는 건 결국,
나를 지켜낸다는 것이다.
회사의 변화, 사람의 무심함, 세대 간의 거리감,
그 모든 속에서도 나라는 원칙과 중심을 붙들고 살아가는 것.
이제 나는 정년을 앞두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와, 대단하세요. 한 곳에서 30년이라니.”
나는 웃는다.
그 말 속에 숨은 ‘쉽지 않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30년.
그 시간은 내게 명예이자 무게다.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기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은 자랑스럽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그렇게 오래 다니셨어요?”라고 물어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냥요. 하루하루, 묵묵히.
버티는 게 아니라 살아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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