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 없는 시간 속, 쫑생쫑사 세월
3개월 만에 다시 찾은 당구대 앞. 큐를 잡는 손은 여전히 어색하고,
공은 마음처럼 굴러주지 않는다.
'쫑생쫑사' 동호회 모임은 언제나처럼 활기찼지만,
나의 실력은 마치 멈춰버린 시계처럼, 늘 그 자리다.
어쩌면 나의 삶도 이 당구 실력처럼,
한자리에 맴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덧없는 생각이 스쳐 간다.
오늘은 묘하게도 당구대 위에서 나의 존재감이 달라진 날이다.
나보다 어른이었던 이들이 하나둘 자리를 비우고,
어느새 내가 이 모임의 가장 나이 많은 연장자가 되었다.
왠지 모를 씁쓸함과 함께,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하다.
젊은 날의 패기와 열정은 희미해지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노련함보다는 그저 '오래 버텼다'는
사실뿐인 듯하여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그래도 함께 땀 흘리고 웃음 짓는 이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다.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활기,
그리고 잠시나마 정년이라는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법 같은 시간.
경쾌한 공 소리가 적막한 마음을 두드리고,
서툰 실력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따뜻한 말들이 오간다.
모임을 마치고 함께 찾은 식당에서는 맛있는
오리불고기와 오리백숙이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다.
뜨끈한 국물처럼 속을 데워주는 대화들이 오고 가며,
잠시 잊었던 삶의 온기를 다시금 느꼈다.
어쩌면 나의 당구 실력처럼,
나의 삶도 늘 그 자리에 머무는 듯 보여도,
아주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하루,
당구공처럼 굴러가는 삶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세월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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