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록하면 내일은 나의 이야기..

부동산과 경제 이야기, 그리고 정년을 앞두고 마주한 고민들. 은퇴 후 삶을 준비하며 기록하는 나의 일상과 통찰. 느리지만 꾸준히, 삶을 정리하고 싶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나의 이야기

장마가 시작된 아침, 정년을 앞둔 나의 자리

chaeum 2025. 6. 13. 16:40
728x90

 

 

 

장마가 시작된 아침, 정년을 앞둔 나의 자리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첫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후텁지근한 공기 속으로 스며드는 빗방울들은

마치 오랜 시간 쌓인 생각들을 천천히 적셔내리는 듯하다.

금요일, 주의 마지막 아침 미팅이 있는 날.
비 오는 출근길과 맞물려 무겁게 느껴지는 공기.
더욱이 새벽에 불려 나온 직원이 공정 트러블 문제로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 직원의 문제점을 짚어주었지만, 사무실 안엔 어느새 어수선한 기운이 맴돈다.
빗소리와 어울려 뒤엉킨 사람들의 마음과 일의 흐름이 얽혀드는 것 같다.

이제 나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가 책임지고 관리해 온 이 분야는 내 손길을 필요로 한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아직도 내가 필요한 자리라는 것.
그렇게 내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나 없이도 굴러갈 테지만,

이 첫 장맛비처럼 때로는 내가 지나온 자리의 온도와 흔적이 남아 있길 바란다.
어수선함 속에서도 담담히 할 일을 해내는 것,

그게 나에게 남은 마지막 직장인의 모습일지 모른다.

그래도 오늘은 금요일.
주말이 코앞이다.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천천히 커피 한 모금을 삼킨다.
언제나처럼 고단했던 한 주, 하지만 또 지나가리라.
그리고 나는 또다시 내 자리에서 묵묵히 나를 지키리라.

빗소리와 함께 그렇게 아침을 열어본다.

 

 

 

 

 

 

728x90